


그렇다면 빈곤 포르노는 왜 나쁜 것일까?
빈곤 포르노는 후원대상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일반화 오류를 유발할 수 있다. 후원과 원조의 대표주자 아프리카를 떠올려보면 아프리카는 하나의 나라가 아닌 대륙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아프리카를 하나의 것으로 인식하며 아프리카 대륙 내 모든 나라를 일반화한다. 또한, 그것으로 인하여 피후원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둔 후원이 아닌 단순한 원조가 필요한 국가와 사회로 비추는 오류를 범하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후원이 아닌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단발성 후원을 유발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김춘식 교수는 한국 미디어의 아프리카 재현방식과 수용자 인식 조사 (2014) 논문에서 ‘모든 응답자는 아프리카에 대해 빈곤, 질병, 전쟁, 죽음 자연, 위험 등과 같은 부정적인 묘사로 일관하였다.’ 라고 언급한 바 있다. 피후원지에 대한 일반적인 모습을 떠올릴 때 진보적이고 발전적이며 희망 있고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 이유 또한 빈곤 포르노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편견들로 인해 시작된 생각들이 일반화되어 관념이 되고 다시 그것에 의해 올바르지 못한 가치판단이 이뤄진다.
김춘식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빈곤 포르노는 수용자들에게 피후원지와 피후원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심어줄 수 있다.
그릇된 가치판단은 편견과 차별을 유발한다. 수용자들에게 미디어를 통해 편향된 시각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를 노출함으로써 편견을 배양한다. 미디어 속에서 후원을 받는 그들에게는 분명 우리 사회와는 다른 풍습과 문화가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빈곤포르노는 그들의 풍습과 문화 그 자체를 수용자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이거나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인식시킨다.

해당 사진은 후원 모금에 사용된 사진이다. 음식이 없어서 쥐를 먹는 가난한 아이의 이미지를 사용하여 모금을 독촉했다. 그러나 해당 문화권에서 쥐는 사람들이 단백질 섭취를 위해 일반적으로 먹는 음식이다. 이는 빈곤 포르노를 통해 ‘다름’을 ‘틀림’으로 만든 예다. 이렇게 형성된 편견은 해당 문화권 사람을 ‘박쥐를 먹는 야만적인 나라에서 온 사람’으로 인식되게 만들고, 결국 인종차별까지 이어질 수 있다.


빈곤 포르노는 인권침해를 유발한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부정적 시선 및 차별적 대우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인권침해는 심지어 그들을 돕기 위해 제작하는 모금 방송에서도 나타난다. 자극적인 광고를 만들기 위해 피사체인 피후원자들에게 썩은 물을 마시게 하거나 고된 노동을 반복하여 주문하는 것이다. 이는 그들을 돕기 위하여 촬영하는 광고가 제작부터 그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역설적인 모습을 띤다.
난민인권센터 관계자 고은지씨는 “방송사에선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에 속도감 있는 스토리의 난민들을 요청한다.
이로 인해 종종 문제가 발생한다. 어떻게 스토리화할지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까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설명할 수 있는 ‘스토리’에만 집중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더 센 캐릭터’를 직설적으로 요구하지 않지만 난민이 모욕감과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을 간접적으로 요구하는 제작자들이 많다.

고은지 난민인권센터 활동가
방송에서 난민을 대표하는 한 명을 어떻게 비추냐에 따라 다른 난민들에 대한 인식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미 수많은 모금 방송은 난민들의 인권을 침해했으며 사람들 인식을 획일화했다. 그렇기에 빈곤 포르노의 문제는 더 이상 가볍게 볼 만한 사항이 아니다.
난민인권센터 고은지 활동가 인터뷰 영상

우리가 접하는 기부광고의 대부분은 감성을 자극하는 종류가 대부분이다.이러한 광고는 단순한 일회성 후원이라는 결과적 한계를 가진다. 자극적인 감성의 콘텐츠를 처음 접한 수용자들은 큰 영향을 받지만, 지속적으로 노출될 시 자극에 익숙해져 무감각해지고 더 큰 자극이 아니면 수용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힘들어지는 결과를 낳는다.그 결과 콘텐츠 생산자들은 생산과정에서 더욱 자극적이고 무리한 작업을 하게 된다.
“가난한 어촌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리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더 자극적인 내용을 만들기 위해 한쪽 팔이 없는 소녀 가장을 섭외했고, 이 소녀는 힘든 일을 하느라 가고 싶은 학교에도 가지 못하는 아이로 묘사되었습니다”.
아프리카 인사이트 허성용 대표는 국제단체인 K단체의 촬영 현장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허성용 아프리카인사이트 대표
위 사례에서 보듯이 더 자극적인 콘텐츠 생산을 위해 생산자들은 허위,과장,왜곡을 하게 되고 수용자들은 자극적인 모습에 무감각해지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제작자도, 수용자도 달라져야 한다.
일반 광고

모금 방송 광고

감성 자극을 통한 마케팅은 소비자 구매를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었다. 물건을 판매하는 광고에서는 “감성 자극 = 판매 수익” 라는 공식이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모금 방송의 광고에서는 이러한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적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정적 효과를 일으킨다. 모금 방송안에 단순한 감성적 광고는 후원을 독려하기 위해 시청자에게 도덕성과 윤리적 책임의식을 부담하는 행위이다. 즉 위협 기법인 것이다. 위협을 느낀 시청자들은 한 번의 기부 행동은 끌어낼 수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이러한 광고는 장기적으로 설득하는 메시지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며 시청자의 감정 피로를 축적한다.
결국, 지속적인 기부 행위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변환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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