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앙상하게 드러난 뼈 작은 체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머리 초점을 잃은 눈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아이 배고픔에 지쳐 누워있는 사람들 화면에 안쓰러운 모습들과 함께
“당신의 관심이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라는 메시지가 나타난다. 화면에 나온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안쓰러운 마음으로 후원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광고는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는 좋은 광고’ 라는 통상적인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무엇이 떠오르는가요?
모금방송 단어를 보며 모든 사람들이 같은 이미지를 형상화 할 순 없다. 하지만 떠올린 이미지들이 척박하고 열악한 환경에 힘들어하는 빈민들의 모습이라는 것은 반박하기 힘들다.
그러나 당신이 보는 광고의 모습이 거짓 혹은 왜곡된 것이라면?


우리는 사람들이 ‘빈곤 포르노’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설문조사를 했다. ‘기부광고를 보고 무엇을 느끼셨습니까?’ 와 ‘당신은 빈곤 포르노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라는 질문으로 혜화역과 안산시 중앙동에서 203명, 온라인으로 200명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총 403명의 응답을 들었다.조사 결과 ‘기부광고를 보고 무엇을 느끼셨습니까? 에 ‘측은함’ 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60%로 가장 높았고 윤리적 책임감(31.3%)과 신선함(5%)이 뒤따랐다.
‘당신은 빈곤 포르노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위의 질문에 알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24.7%인 반면 모른다고 대답한 사람은 무려 75.3%로 3배 높은 비율을 보였다.결과적으로, 사람들이 모금방송을 통해 후원하는 이유 ‘측은감’을 느껴서 기부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측은함을 느끼도록 유발하는 빈곤 포르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현저히 낮았다.


어려운 환경속의 난민들을 미디어가 자극적으로 묘사하여 동정심을 유발하며 모금을 유도하는 것이 바로 ‘빈곤 포르노‘이다. 자극적인 홍보여도 모금액이 많이 모인다면 괜찮다는 생각은 문제의 단편적인 모습만 인지한 것으로 빈곤포르노에 대한 심각성을 간과한다.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측은한 이미지는 당장 사람들의 지갑은 열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모금방송은 난민들을 ‘수동적이고 도움을 받는 사람’ 혹은 더 나아가서 ‘후원자의 도움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라는 인식을 만들어 낸다.
후원광고의 최종 목표는 단일적 모금이 아니라 ‘그들의 삶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을 ‘불쌍한 존재’ 또는 ‘도움을 받아야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고 낙인을 찍는 것은 그들 자발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에 불과하다. 미디어가 편향되고 설득하기 쉬운 자극적인 메시지를 양산하여 기부하게 하는 것이 빈곤 포르노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우리는 빈곤 포르노가 나타내는 이미지와 그 이미지가 유발하는 인식이 현실과 얼마나 다른지 파악함으로써 빈곤 포르노의 위험성을 짐작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빈곤 포르노가 가장 만연하게 나타나는 ‘아프리카’에 초점을 맞춰 가나 공무원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제가 생각하기에 아프리카와 관련된 모금 광고는 국내에서도
내전이 있는 곳의 사진과 영상 같습니다.”
가나 공무원 엠마누엘은, ‘빈곤 포르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에 “빈곤 포르노의 형태를 가진 모금 광고는 아프리카 중에서도 힘든 환경을 찍은 것이다”고 대답했다. 즉, 아프리카의 일부분만이 빈곤 포르노를 통해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광고 속 환경은 아프리카의 일부분으로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아프리카로 전달되고 있다. 아프리카 일부가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된 것이다. 한마디로, 빈곤 포르노가 묘사하는 이미지로 갖게 된 아프리카의 모습과 현실은 다르다.
그렇다면, 이러한 섣부른 편견을 갖게 만드는 빈곤 포르노의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빈곤 포르노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빈곤 포르노는 다양한 형태로 만연하게 퍼져 있다.
2015년 7월, 인천광역시 동구청은 허름한 판잣집이 모여 형성된 쪽방촌인 인천 괭이부리마을에서 마을의 옛 생활 모습을 경험하도록 하는 목적으로 ‘외부인 생활 체험관’ 건립 계획을 세웠다.해당 프로젝트는 구도심의 특성에 맞는 체험관을 조성하여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하였지만 마을 주민들은 지자체가 가난을 상품화시키고 주민들을 구경거리로 전락시켰다며 크게 반발했다. 또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 수렴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마을 주민들은 체험관 건립에 대한 반대 서명서를 제출했고, 결국 사업은 무산되었다.

2017년 서울 중구에서는 ‘캠퍼스 밖 세상 알기 - 작은방 사람들과 마음 나누기’라는 쪽방 체험 프로그램이 기획되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대학교에 재학 중인 남학생을 대상으로2박 3일 동안 쪽방촌에서 생활하면서 어려운 이웃에 공감하고 그들을 이해해보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가난을 상품화하고 참가자를 모집할 때까지 주민들과 의사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주민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고 프로그램은 시행되지 못했다. 두 번의 쪽방 체험 프로젝트는 가난을 상품화시켰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었고 결국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았다.
쪽방 체험 프로그램은 가난을 상품화시키는 것 이외에도 대상자에 대한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기도한다. 실제 모 교회가 주관한 ‘쪽방 체험 프로그램’에참가했던 안정회 씨(23, 경기대)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 쪽방 체험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안 씨는 작은 방 한쪽에 버려져 쌓여 있는 여러 단체의 후원 도시락들과 원조에 의존하며 자립의 의지를 상실한 거주민들을 보고 ‘쪽방 체험 프로그램’의 취지에 대한 회의감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안정회(23) 경기대학교 재학생
‘쪽방 체험 프로그램’은 후원 대상자들에게 ‘원조 중독’ 이라는 또 다른 병을 앓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들의 일상을 구경거리와 특정수단으로 만들거나 거주민들의 자립 의지를 상실하게 하여 기부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쪽방 체험’은 또 다른 형태의 빈곤 포르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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